[금주의 신간] 여우 목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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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간] 여우 목도리
  • 입력2023-02-10 17:39:23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여우 목도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집 걸러 한 집에 있는 어른들의 평범한 겨울 목도리 중 하나였다. 여우 목도리와 밍크코트가 어떠한 죄책감도 불러일으키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은 여우 목도리와 밍크코트를 만들기 위해 여우와 밍크를 얼마나 무자비하게 잡아들이는지 그 실체를 알게 되었다. 여러 차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고 뉴스를 통해서 여우와 밍크가 멸종 위기종이 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우리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위는 인류사에 참으로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다. 그사이 여러 종의 동물들은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졌다.
《여우 목도리》는 양쪽으로 보는 그림책이다. 앞표지 뒤표지 모두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표지에 해당한다. 어느 쪽으로 읽어도 상관이 없다. 책 가운데에서 두 이야기가 만난다. 작가의 의도를 슬쩍 밝히자면 여자애의 뒷모습이 보이는 쪽부터 읽어 보기를 권한다. 여우 목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배경이 조금 더 잘 나와 있다. 눈보라가 날리는 면지를 지나 본문으로 들어가 보면 사냥꾼의 여우 목도리가 햇빛 아래에서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점점 여우 목도리를 갖고 싶어 했고 사냥꾼들은 여우를 잡는 데 혈안이 되었다.

여자아이는 눈밭에 혼자 떨고 있는 여우 한 마리를 우연히 발견한다. 몸이 차가워지는 여우를 그냥 두고 올 수 없었던 아이는 여우를 집에 데리고 와서 돌봐준다. 여우는 생기를 찾았지만 바깥세상을 그리워했다. 여자아이는 들키지 않게 여우를 데리고 외출할 방법을 찾다가 여우를 목에 둘렀다. 콩닥콩닥 여우의 심장 소리를 따라 온기가 전해졌다. 사람들을 속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죽은’ 여우 목도리를 하고 다니는 걸 여우에게 보여주는 건 힘든 일이었다.

사람들이 여우를 잡고 또 잡자 여우가 점점 사라져갔다. 그제야 사람들은 여우 목도리를 하고 다니는 걸 부끄러워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여우 목도리를 하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안전하다고 느꼈을 때 여자아이는 여우를 데리고 숲으로 갔다. 숲에 여우를 놓아주려던 순간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여자아이와 여우 앞에 나타난 이는 과연 누구일까?

뒤표지는 작은 여우 한 마리의 뒷모습이다. 눈 쌓인 숲에 작은 발자국을 남긴 여우의 뒷모습을 보며 책장을 넘긴다. 눈이 쏟아지는 겨울날 사냥을 나간 아빠 여우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를 찾으러 나간 엄마도 돌아오지 못했다.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할퀼 때 눈이 스르르 감겼다. 눈을 떠 보니 낯선 소년의 집에 와 있었다. 처음엔 소년이 무서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소년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가 끔찍한 광경을 보고 말았다. 사람들이 저마다 어깨에 여우를 두르고 있었다. 죽은 여우들이었다. 그날 이후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나에게 소년은 매일 작은 선물을 가져다주었다. 선물에서 친구들 냄새가 났는데 어느 순간 그 냄새도 더 이상 나지 않았다. 어느 날 소년이 나를 상자에 담아 어디론가 데려갔다. 상자 밖으로 나오자 풀 냄새, 흙냄새가 났다. 숲이었다. 그때 맞은편에 누군가가 있었다. 여자아이 하나와 여우 한 마리였다.

책 가운데 페이지에는 두 마리의 여우가 만나 자유롭게 뛰어노는 장면이다. 물이 너무 맑아 지상 모든 것이 온전히 반영되는 가운데 여우 두 마리는 지상에서도 물빛에서도 자유롭게 뛰어논다. 작가는 기후위기와 수많은 동물들의 멸종을 부추긴 우리가 자연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을 여우 두 마리에게 담아냈다. 인간으로서 속죄하는 마음을 두 아이가 대변해 주기를 바랐다. 인류가 여우를 수도 없이 잡아 죽이던 때에도 두 아이 같은 사람은 있었을 것이다.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여자아이가 여우 한 마리만 살려냈다면 여우의 보존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 약속하지 않았지만 남자아이 또한 여우를 돌보고 살려냈다. 한 개인이 아닌 ‘우리’에 방점을 찍고 싶은 작가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는 대목이다. 작가는 인류의 선한 의지에 기대고 싶었다. 작가의 이상적이고도 간절한 심정을 잘 구현해낸 부분은 바로 클라이맥스 장면이다. 여우 두 마리가 만나 새끼를 낳고 종족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 마지막 남은 여우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부터 여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2012년 정부에서 소백산을 중심으로 여우를 방사하여 생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얼마나 종이 늘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가끔씩 도시에 여우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들리지만 누군가가 키우던 여우라는 말도 있다. 멸종 위기 1급인 여우. 하지만 어느 쇼핑몰에서는 아직도 여우 목도리를 팔고 있다. 진짜 여우 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먹히는 데가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이지만 유지우 작가는 여우를 지키려는 두 아이의 간절한 마음으로 독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멸종 위기 동물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여우와 두 아이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법도 매우 영특하다. 인간으로서 여우에게 용서를 비는 마음만 담았다면 인간의 시혜적인 태도에 그쳐 아쉬웠을 것이다. 여우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 뒤편의 이야기 덕분에 균형 있는 이야기 전개가 가능해졌다.

그림책 《여우 목도리》에는 새로운 시도도 들어가 있다. 그림책 속 여우 발바닥 마크가 그려진 페이지에 아티바이브(artivive) 앱을 켜서 비추면 평면적인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동영상으로 펼쳐진다. 아티바이브는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감상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최근 증강현실을 이용해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전시도 많아지고 있다. 기존 일러스트에 디지털아트를 연결하여 작품의 의도를 좀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두 여우가 뛰어노는 장면은 반드시 봐야 하는 장면이다. 아티바이브 앱으로 증강현실을 구동시키면 여우 두 마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여우 둘이 만나 생긴 새끼 여우 세 마리까지 함께 뛰어노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면적인 2D 그림책에 그치지 않고 멀티미디어를 활용하여 생동감 있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작가와 출판사의 새로운 시도를 꼭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책 전문 뉴스, 북뉴스    김이슬 book@tip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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